1억 연체 백수 "행복기금 덕에 새출발"
채무조정 1호, 9천만원 빚이 3천만원으로
'빚 1억원, 백수, 고시 낭인(浪人), 노총각.' 지난달까지 서울에 사는 강지훈 씨(가명ㆍ34)에게 따라붙던 꼬리표다. 국민행복기금 채무조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1일 강씨는 적어도 빚 1억원의 굴레에서는 벗어나게 됐다. 다시 일어서려는 희망을 꺾던 지독한 채권 추심도 사라졌다. 이날 채무원금 5955만원에 대해 47% 감면을 받은 강씨는 앞으로 10년 동안 매달 26만원씩 상환하면 빚을 모두 정리할 수 있게 된다.
강씨가 빚더미에 앉게 된 것은 2008년 무렵이다. 유통업체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며 신용대출을 받은 것이 화근이 됐다. 월급이 턱없이 모자라 마이너스 대출 1200만원을 갚지 못하고 연체되면서 추심업체 직원들이 매일같이 직장으로 들이닥쳤다.
추심을 피해 회사를 관둔 강씨는 노량진 고시촌으로 숨어들어 4년 동안 고시 준비에만 매달렸다. 공무원시험에 합격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 같았다.
이자라도 갚아보려고 낮에는 공사장 인부로 일하고 밤에는 책을 폈다. 하지만 30개월 전부터 연체가 시작되면서 원리금은 9231만원에 이르렀다. 추심을 피해 숨어든 고시원 방에서 그는 삶을 포기하려는 유혹에 넘어가고 있었다.
이날 서울 역삼동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본사 창구에서 조정 내역을 받아든 강씨는 "빚 1억원을 월 26만원으로 조정받고 나니 희망이 보인다"며 "일자리를 찾아 빚을 모두 갚고 평범한 삶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1일 장기 연체자에게 빚 부담을 덜어주는 국민행복기금 본접수가 시작되면서 강씨를 비롯한 가접수 신청 인원에 대한 채무조정도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행복기금은 지난달 22~30일 진행된 가접수에 총 9만3968명이 신청했다고 밝혔다.
국민행복기금은 연대보증자에 이어 국내 거주 외국인 채무자에 대해서도 행복기금으로 구제하기로 했다.
이날은 근로자의 날로 금융사가 휴무에 들어갔지만 캠코 본ㆍ지사와 인터넷 접수창구는 문을 열었다. 국민행복기금 관계자는 "가접수 기간만큼 방문객이 많지는 않았지만 오전에만 200여 명이 상담을 받았다"며 "강씨처럼 가접수 기간에 신청한 채무자들도 다시 창구를 방문해 채무조정 여부를 직접 확인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말했다.
국민행복기금은 소득, 재산, 연체기간 등을 감안해 40~50% 사이에서 조정률을 결정한다. 강씨와 같이 소득과 재산이 없고 연체 기간이 길수록 50%에 가까운 감면을 받을 수 있다.
행복기금 채무조정은 채무원금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연체이자를 감안하면 실제 감면율은 훨씬 올라가게 된다.
국민행복기금 본접수를 신청하면 채무감면율 등 채무조정 내용이 3~5영업일 이내에 확정된다. 채무조정 과정에서 취업을 원한다면 고용부의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연계받을 수도 있다.
가접수와 본접수 시기에 채무조정을 신청한 채무자에 대해서는 채무감면율을 10% 우대해준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간 내 신청자에 대해서는 40~50% 감면율을 적용하지만 신청기간 외에는 30~50%만 적용돼 불리할 수 있다"며 "다만 기초생활수급자 등 특수채무자는 70% 감면율이 동일하다"고 말했다.
연대보증인 채무조정 신청은 오는 20일부터 10월 말까지 진행된다. 총채무액을 주채무자와 보증인 숫자로 나눠 해당 금액에 대해 30~50% 감면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
가령 주채무자 외에 연대보증 채무자가 2명이고 채무총액 3000만원, 채무감면율 50%가 적용됐다면 연대보증 채무자는 3000만원을 3분의 1로 나눈 1000만원 가운데 500만원만 국민행복기금에 변제하면 연대보증이 면책된다.
[김유태 기자 / 석민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34세.. 공사장 인부로 일을 했다지만 고시공부를 하면서 빚이 늘었다면 자발적 실업으로
볼 수 있을텐데.. 이것도 채무변제가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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